[특파원 칼럼] 무역전쟁과 中 '심야 경제'

입력 2019-08-15 17:25  

강동균 베이징 특파원


[ 강동균 기자 ] 지난 7일 중국 베이징의 한국인 밀집 거주지 왕징에 있는 치린서(麒麟社) 먹자거리. 평일 밤 11시가 넘었는데도 대부분 상점이 영업하고 있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보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몇몇 가게엔 손님이 있었지만 대다수 상점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종업원만 눈에 띄었다.

올해 들어 베이징의 유명 먹자거리에선 이런 광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중국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심야 경제’ 활성화에 총력전을 펴고 있어 나타난 ‘불야성’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 업무보고에서 올해 추진할 핵심 경제정책으로 소비 진작을 꼽았다. 구체적인 수단으로 심야 경제 활성화를 제시했다. 대다수 직장인이 퇴근한 뒤 오후 7시 이후에야 소비를 하는 만큼 심야 경제의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불황 타개 위해 야간 소비 촉진

중앙정부 지침에 맞춰 베이징과 상하이, 톈진 등 주요 대도시는 앞다퉈 심야 경제 살리기에 뛰어들었다. 베이징시는 주요 골목 상권과 상가, 편의점 등에 영업시간 연장을 독려했다.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심야 특색거리 10곳을 조성하기로 했다. 시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는 거리엔 최대 500만위안(약 8억5000만원), 심야에 영업하는 상점엔 50만위안의 보조금도 주고 있다.

상하이시는 야간에만 영업하는 4~5개 구역을 별도로 지정하기로 했다. 상점이 밀집한 황푸구와 대학이 몰려 있는 양푸구는 밤문화 활성화를 책임지는 전문 관료까지 임명했다. 또 기업인 10명을 밤문화 담당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해 심야 경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도록 했다. 톈진시는 6곳의 심야 경제 시범거리를 조성하고 심야 영업 전문 브랜드를 육성하기로 했다.

중국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쇼핑, 요식업, 관광,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이뤄지는 경제활동을 심야 경제로 규정한다. 중국의 심야 경제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업계에선 2000억위안(약 34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생산과 투자가 부진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소비를 살리는 것만이 경제 성장을 위한 유일한 처방전이라 보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률에 대한 소비 기여도는 지난해 76.2%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근본적인 경제 구조개혁 시급

중국 정부가 심야 경제 활성화에 나선 이후 관영 언론과 지방정부는 그 효과를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5월 노동절 연휴 야간 소비액이 전체 하루 소비액의 30%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올 들어 대도시 소비의 60%가 심야에 이뤄지고 있으며 대형 쇼핑몰의 야간 매출이 하루 매출의 절반 이상에 달했다고 전했다. 충칭시는 식음료 매출의 3분의 2 이상이 심야에 발생했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올 들어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쏟아냈는데도 지난 2분기 중국의 성장률은 6.2%에 그쳤다. 분기 기준으로 27년 만의 최저다. 국제통화기금은 미·중 무역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중국의 성장률이 이보다 0.8%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기업인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심야 경제 활성화는 단기 대책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인 경제 구조개혁과 함께 미국과의 무역협상 합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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